조현병이란?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조현병이란 병명은 이전에 정신분열병(정신분열증)으로 불리우던 진단명으로 국내에서는 2011년부터 개정되어 현재 공용 학술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정신분열병이란 용어는 ‘schizophrenia’를 옮긴 것으로 1908년 스위스의 정신의학자 파울 오이겐 블로일러(Paul Eugen Bleuler)가 이전에 사용되던 ‘조발성 치매’라는 병명 대신 schizo(분열)와 phrenia(정신)라는 용어를 조합하여 ‘schizophrenia’라고 개명하였고 이는 현재까지도 영어문화권에서 사용되는 질환명이 되었다. 그러나 정신분열병이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 편견과 오해로 최근 동양문화권에서는 병명을 개정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왔다.
조현(調鉉)이란 의미는 ‘현악기의 줄을 고른다’는 의미에서 비롯되었고 조현병 환자에서 보이는 정신사회적 기능의 혼란 상태를 지칭하기 위해 채택되었다.
흔히 보이는 증상으로는 피해망상, 종교적 망상, 관계망상 같은 사고의 장애, 환청, 환시, 환촉 같은 지각장애, 감정의 둔마, 즐거운 느낌을 표현하거나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기 어려운 정동과 인지의 장애, 말수가 지나칠 정도로 줄어들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를 구사하는 언어의 장애 등 정신기능의 전 영역에 걸쳐 심각한 증상들을 보일 수 있다.
지나칠 정도로 쉽사리 흥분하거나 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우도 있지만 급성기가 지나가면 사회생활이 극도로 위축되어 밖에 잘 나오려 하지 않고 타인과의 사회적 접촉을 어려워하고 집 안에서만 혼자 지내려는 경향을 보인다. 자폐적인 생활태도와 일상생활에 대한 무관심으로 개인위생관리도 잘하지 못해 지저분한 모습으로 내원하는 경우도 흔하다.
치료를 시작하는 시기가 늦어질수록 호전반응도 더디고 일상수준으로 회복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기 마련이다. 1950년대 처음으로 항조현병 약물이 개발된 후 60여 년이 지나면서 현재는 많은 종류의 신약들이 개발되어 있고 현재도 더 나은 치료 효과를 거두기 위해 개발 진행 중에 있다.
하지만 아직도 조현병의 원인은 명확하게 규명되어 있지 못한 상태이고 치료 약물 역시 그 치료 효과가 기대에는 못 미치는 상황이다. 그러나 환자 개개인의 증상과 경과 상태에 따라 어느 정도의 맞춤 치료가 가능할 정도로 다양한 기전의 약물들이 개발되어 있으며 약물의 부작용은 최소화하고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숙련된 전문의도 적지 않다.
조현병이 다른 정신질환과 차이나는 점은 재발을 거듭할수록 질환의 심각도가 더욱 심해지고 일상수준으로 회복되기 어려워진다. 치료기간도 다른 정신질환에 비해 길어 일반적으로 첫 발병 후 적어도 2년간의 유지치료가 권장되며 두번 이상 재발한 경우에는 적어도 5년 이상의 장기간 유지치료가 필요하다.
치료에 대한 호전 정도는 환자 개개인마다 무척 다르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대략 환자의 3분의 1은 거의 일상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으나 3분의 1은 중등도의 증상이 지속되고 나머지 3분의 1은 치료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증상이 지속되는 난치성 조현병 환자군에 속한다.
조현병의 경과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인자는 조기진단과 조기치료, 충분한 기간의 적절한 약물유지치료, 치료진과의 긴밀한 의사소통, 가족들의 적극적이고 지지적인 태도 그리고 질병과 맞서 싸워 극복하려는 용기와 자존감이 중요하다.
-고려대학교의료원 건강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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