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매리ㅣ鄭人買履

정인매리ㅣ鄭人買履


[정인매리ㅣ鄭人買履]

○ 정나라 사람이 신발을 사다, 어리석은 사람
○ 鄭(정나라 정) 人(사람 인) 買(살 매) 履(밟을 리)

‘어리석은 자가 마지막에 하는 것을 현자는 최초에 한다.’ 서양 속담이다. 중국 淸代(청대)의 문인 鄭板橋(정판교)는 어리석은 사람이 된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요, 똑똑한 사람이 된다는 것도 어려운 것이라 했다. 끊임없이 어리석음을 경계하는 말이 나왔으면서도 어리석은 중생이 많은 탓인지 깨우치는 말은 이어진다. 제 때 일을 처리하지 못하고 뒤늦게 부산떠는 刻舟求劍(각주구검), 亡羊補牢(망양보뢰), 死後藥方文(사후약방문)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 한 술 더 뜨는 어리석음이 있으니 鄭(정)나라 사람이(鄭人) 짚신을 살 때(買履) 보인 행동이다.

중국 戰國時代(전국시대, 기원전 403년~221년) 말기 정치사상가 韓非(한비)는 법치주의를 주창하여 秦始皇(진시황)에 큰 영향을 끼쳤다. 법가 일파의 논저를 모은 ‘韓非子(한비자)’의 外儲說(외저설) 좌상편에 실려 있는 정나라 사람의 이야기를 보자. 儲(저)는 쌓는다는 뜻으로 사례가 되는 이야기를 모아둔다는 의미를 가졌다. 내저설은 군주와 신하의 통치이론, 외저설은 한비 자신의 사상을 중점적으로 실었다고 한다.

정나라의 어떤 사람이 신발을 사려고 우선 자신의 발을 재어 본을 만들었다(鄭人有欲買履者 先自度其足/ 정인유욕매리자 선자도기족). 그런데 시장에 갈 때 발의 치수를 잰 것을 깜빡 잊고 갔다. 신발 상점에 도착해서야 그 본을 두고 왔음을 알고 장수에게 집에 가서 가지고 오겠다고 말했다. 부랴부랴 발 치수 잰 것을 갖고 왔을 땐 시장이 끝나서 신발을 살 수가 없었다. 한 사람이 신발점에서 왜 직접 신어보지 않았느냐고 물으니 대답했다. ‘차라리 발 치수 잰 것은 믿어도 내 자신의 발은 믿지 못하기 때문이오(寧信度 無自信也/ 영신도 무자신야).’ 바른 길을 가르쳐줘도 깨닫지 못하는 어리석음은 학문이나 이론의 비현실성과 공론성에 대한 일침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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