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는 없다

잡초는 없다


잡초는 없다

고려대 강병화 교수가 17년간 전국을 돌아다니며 채집한 야생 들풀 100과 4,439종의 씨앗을 모아 종자은행을 세웠다고 한다. 하지만 기사의 끝에 실린 그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엄밀한 의미에서 잡초는 없습니다. 밀밭에 벼가 나면 잡초고, 보리밭에 밀이 나면 또한 잡초입니다. 상황에 따라 잡초가 되는 것이지요. 산삼도 원래 잡초였을 겁니다.”

사람도 같다. 내가 꼭 필요한 곳, 있어야 할 곳에 있으면 산삼보다 귀하고, 뻗어야 할 자리가 아닌데 다리 뻗고 뭉개면 잡초가 되고 만다. 타고난 아름다운 자질을 제대로 펴지 못하고 잡초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산삼이라도 잡초가 될 수 있고, 이름 없는 들풀도 귀하게 쓰임 받을 수 있다는 말은 생각 할수록 의미롭다. 노대동으로 이사 오기 전 내가 살았던 아파트 경비요원으로 일하는 분 중에 인사도 잘하고 언제나 밝은 표정으로 근무하는 분이 있었다. 그 분만 보면 언제나 기분이 좋다. 언젠가 귀동냥으로 들은 얘긴데 꽤 큰 회사의 간부로 근무하고 퇴직하여 경비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항상 겸손하게 허리 굽혀 인사한다. 방송으로도 알리면 될 우편물을 직접 가정으로 날라다 주기도 한다. 모두 다 그 분을 좋아했다. 이사 한 뒤 몇 달 동안도 우리 집 우편물을 챙겨 주었다. 참으로 귀한분이다.

그러나 모두가 다 그렇게 살지 않는다. 뭔가 불만스럽다는 표정으로 근무하는 분도 있다. 전직이 화려해 이런 곳에서 일할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 할 수 있다. 보잘 것 없는 자리에서도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감사하게 일하는 사람은 고귀한 분이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좋은 자리에 앉았다 해도 잡초와 같아서 뽑힘을 당하는 분도 있다. 현재 자기가 있는 자리가 가장 좋은 자리라 생각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살아가는 사람이 복 있는 사람이다.

감사한 마음을 가져 보자. 보리밭에 난 밀처럼, 자리를 가리지 못해 뽑히어 버려지는 삶이 얼마나 많겠는가? 그러나 우리 각자는 이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너무 소중한 존재다. 우리 모두가 타고난 자신만의 아름다운 자질을 맘껏 펼쳐 “들풀” 같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분들이 되기를 바란다.

– 남택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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