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꿈 하나 / 이은심

작은 꿈 하나 / 이은심


[작은 꿈 하나 / 이은심]

흰 빨래처럼 살겠습니다
날마다 비누의 독한 눈물 속에
한 채의 신전을 세우고
서늘한 물소리에
몸 닦으며 살겠습니다

눈부신 풍장의 누구네 집 마당
따스한 가슴과 가슴 사이
팽팽한 줄 하나 걸고
때 묻은 골격
그 앙상한 그리움을
바람결에 펄럭여도 보겠습니다

얼룩 한 점 없이
그저 그렇게 맑은 날
하늘빛에 정분이 나면
찬 물을 뒤집어 쓴 내 혼魂이
곤고한 지평선을
달리는 줄 알겠습니다

더러는 빈부와 귀천을
한 나절 햇살에
감사히 말리겠습니다

지우고 다시 꽃 피우는 죄의
저 현란한 은유에 소스라치며
한 생애 가득 뉘우침이 많은
흰 빨래로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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