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탄 풍경이 아름다운 것은
노을이 지는 시골길을
누군가 자건거를 타고 지나간다.
오래된 자전거 페달을 밟고 가는 분은
나이가 지긋이 들어 보이는 노인이다.
바지에 흙이 조금 묻어 있는 것을 보니
농사일을 하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듯하다.
자전거 뒤에는
오랜 세월 함께 했을 할머니가
할아버지의 허리를 꼭 잡고 앉아 있다.
자전거를 탄 풍경이 아름다운 것은
자전거를 배경으로 지나가는
들판과 하늘과 노을과 구름과 길 때문이다.
아니다.
자전거를 둘이 타고 가는 풍경이 아름다운 것은
뒤에 앉은 사람 때문이다.
돌아보지 않아도 늘 뒤에 있을 것 같은 사랑.
그리고 허리를 꼭 부둥켜안은 손.
땀 냄새가 나더라도 믿음직한
넓은 등짝에 기댄 얼굴.
자전거는 네 바퀴가 아니고 두 바퀴여서 더 아름답다.
삶이란 그렇게 아슬아슬한 길을
두 다리로 페달을 밟아가며 두 바퀴로 달리는 것과 같다.
오른쪽으로 때로는 왼쪽으로 핸들도 꺾어야 하고
헉헉거리며 언덕길도 올라야 한다.
내리막길에서는 브레이크도 적당히
잡아줘야 한다.
빨리 달리기도 해야 하지만 천천히
조절하며 가기도 해야 한다.
온몸으로 부딪히는 바람을 맞으며
우리가 이 생을 살아가는 것과 같다.
사랑도 그런 것이다.
둘이 서서 네 발로 가는 게 아니라
둘이서 두 발로 가는 것.
당신이 바라보는 풍경을 나도 바라보는 것.
당신마음에 내 마음이 앉아 있는 것.
둘이서 아름다운 하나의 이야기로 남는 것.
기다려주고 편들어주는 것.
미워도 다시 한 번 껴안아주는 것.
강물이 바다를 만나러 가는 기쁨처럼,
햇빛이 꽃잎을 만나러 가는 눈부심처럼,
둘이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살아내는 그 과정이다.
-권대웅 / ‘당신이 사는 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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