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으려 하니 꽃이 피더이다

잊으려 하니 꽃이 피더이다


[잊으려 하니 꽃이 피더이다]

잊으라 했기에 당신을 잊으려
시간아 흘러라 빨리 흘러라 그랬지요
겨울이 가고 봄이 오듯 흘러가면 잊힐 줄 알았지요
그런데 시간마저 당신을 놓아주지 않더이다
사무치도록 그리워 가슴에 담은 당신 이름 세 글자
몰래 꺼내기도 전에 눈물 먼저 흐르더이다

당신 떠나고 간신히
잊는 법 용서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 했는데……
다시 찾아온 계절은
누군가 몰래 맡기고 간 베르테르의 편지를 안겨주더이다

당신을 사랑하던 봄
지운 줄 알았던 당신의 흔적
곳곳에 문신처럼 박혀있더이다

잊으라 해서 잊힐 줄 알았던 에로티시즘
다시 찾아온 봄과 함께 전신으로 번져가더이다
가늘게 떨리듯 호흡하는 목소리가 아직도 익숙한데
잊으려 하니 그제서야 꽃이 피는데
나 어찌합니까

-김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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