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바람이요 구름인 것을
인생은 바람이요 구름인 것을
누가 나더러
청춘이 바람이냐고 묻거든
나, 그렇다고 말하리니
구 누가 나더러
인생도 구름이냐고 묻거든
나, 도한 그렇노라고 답하리라.
왜냐고 묻거든 나,
또 말하리라.
청춘도 한번
왔다 가고 아니오며
인생 또한 한번 가면
되돌아 올 수 없으니
이 어찌 바람이라,
구름이라 말하지 않으리요.
오늘 내 몸에 안긴 가을 바람도
내일이면 또 다른 바람이 되어
오늘의 나를 외면하며 스쳐가리니
지금 나의 머리 위에
무심히 떠가는 저 구름도
내일이면 또 다른 구름이 되어
무량 세상 두둥실 떠가는 것을
잘난 청춘도,
못난 청춘도
스쳐가는 바람 앞에 머물지 못하며
못난 인생도,
저 잘난 인생도
흘러가는 저 구름과 같을 진데
어느 날 세상 스챠가다가
또 그 어느 날
홀연히 사라져 가는 생을 두고
무엇이 청춘이고
그 무엇이 인생이라고 따로 말을 하리까
우리네 인생도
바람과 구름과 다를 바 없는 것을.
– 경허선사 / ‘경어록’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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