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가장 넉넉한 집

이 세상에서 가장 넉넉한 집


[이 세상에서 가장 넉넉한 집]

이 세상에서
가장 넉넉한 집은
당신 맘속에
들어있는 생각의 집이다.

대문도 울타리도 문패도 없는
한 점 허공 같은
강물같은 그런 집이다.

불안도 조바심도 짜증도
억새 밭 가을 햇살처럼
저들끼리 사이좋게 뒹군다

아무리 달세 단칸방에서
거실 달린 독채집으로 이사를 가도
마음은 늘 하얀 서리 베고 누운
겨울 들판처럼 허전하다.

마침내 40평 아파트
열쇠를 움켜쥐어도
마음은 아파트 뒤켠
두어 평 남새 밭
만큼도 넉넉치 못하다.

세상에서
가장 분양받기 힘든 집은
마음 편안한 무욕의 집이다
그런집에서 당신과 살고 싶다.

때묻고 구김살 많은 잡념들은
손빨래로 헹구어 내고
누군가가 수시로 찌르고 간
아픈 상처들도
너와 나의 업으로
보듬고 살자 어쩌랴.

나의 안에 평수를
늘려가는 고독의 무게
지워도 우리 삶의 무시로 뜨는
저 허망의 푸른 그늘을

좋은 생각으로 버무린 나물에
고집스런 된장찌개가 끓는
밥상앞에 당신과 마주 앉아
따스한 얘기를 나누고 싶다.

-권윤택 / ‘삶의 36.5°’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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