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들꽃을 위하여 / 오정신 

이름 없는 들꽃을 위하여 / 오정신 


[이름 없는 들꽃을 위하여 / 오정신] 
 
꽃이라 불리지 않으면 어떠랴 
이름이 없다고 서러워 말라  
 
볕 고운 햇살 한 자락 
이슬 한 방울의 영혼에 
이미 꽃이니라 
스스로 고와 꽃이니라  
 
비탈진 언덕배기, 
마른 먼지 풀풀대는 
길섶의 단단한 흙 헤집고 나와  
 
지나는 이 눈길 사로잡고 
바라보는 이 무릎 꿇게 만들었다면 
한세상 고고하게 살다간 것 아니겠는가  
 
이름이라는 거추장스러움에 갇히기 보다 
하늘 아래 한 귀퉁이 차지하더라도 
바람 속에 머물다 가면 그 뿐이라  
 
자유로이 피고 지면 그 뿐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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