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차선
옆 차가 예고도 없이 차도 안쪽으로 끼어들었다
브레이크를 있는 대로 밟은 덕에 사고를 면했지만
휘둥그레진 눈동자는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당신이 내 삶에 들어온 것도 그러했다
깜빡이도 없이 밀고 들어와 내 주행 차선을 막았지만
혼자 달리는 것이 쓸쓸했던 나로서는
그게 싫지만은 않았다
우리는 꽤 오랜 시간 같은 차선을 함께 달렸다
그러다 어느 어두운 터널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터널을 벗어난 후로 당신은 처음 그때처럼
깜빡이를 켜지 않은 채 차선을 변경했다
당신은 교차로 앞에서 핸들을 꺾었고
나는 그대로 엑셀러레이터를 밟았다
결국 다시 외로운 차선을 달리게 되었지만
한동안 백미러를 유심히 살펴가며 시속을 낮췄다
혹시 당신을 닮은 형상이 뒤따라올지도 모른다는
어설픈 기대를 투영시키면서
-천성호 ‘사랑은 그저 사랑이라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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