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 가슴털

오리 가슴털


[오리 가슴털]

예쁜 한 오리 가족들이 무리들과 함께 있었습니다. 이 가족들은 다른 오리들과 달리 유난히 날개 깃털 보다 가슴털이 더 두텁고 윤기가 흘렀습니다.

수 많은 오리 무리 새끼들은 큰 호수에서 물갈퀴를 젖는 것과 더 잘 날기 위해서 연일 정신없이 연습에 임했습니다.

그것은 날이 추워지면 아주 멀리 따뜻한 남쪽나라로 날아가야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무리의 오리새끼들은 날마다 자라는 멋진 날개를 서로가 뽐내며 아주 높이 날때에는 방향을 잘 잡기 위해 꼬리 날개를 서로가 자랑했습니다.

이 오리 가족의 새끼들도 어미에게 물질하는 법과 때론 날개를 퍼득이는 법을 배우느라 소란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어미는 다른 오리 어미들과는 달리 더 잘 날기 위해서 보다 가슴털을 다듬고 더 가슴털이 잘 자라게 하기 위해 열심히 주둥이로 맛사지 하는 법을 가르쳤습니다.

어미는 가슴에 난 털 한 올 한 올을 아주 소중하게 다루는 법을 매일 새끼들에게 가르쳤습니다. 이러한 어미의 행동에 새끼들은 염려와 불만이 많았습니다.

이윽고 추운 겨울이 매섭게 다가왔습니다. 수많은 오리들은 남쪽을 향해 일제히 날아 올랐습니다. 새끼들은 그동안 훌쩍자라 어였한 성인들이 다 되었습니다.

하늘 더 높이 날자 그동안 멋진 날개를 만드느라 여념이 없었던 오리들은 자신의 멋진 모습을 맘껏 내보였습니다. 그렇게 몇날 며칠을 날자 이번에는 아주 높은 산을 지나가야 했습니다.

이 산을 지나갈땐 그 높음은 고사하고 산을 타고 올라오는 냉기는 그야말로 날아가는 오리들에게는 얼음 총알처럼 시리고 아팠습니다. 그리고 냉기의 바람이 마치 얼음속에 자신들을 가두는 것 같았습니다.

거대하게 밀려오는 차가운 기류에 크고 멋진 날개는 도리어 거추장스러웠고 오직 얼지않고 날아가야 하는 것이 제일 큰 과제였습니다. 이때 이 오리 한 무리의 새끼들은 깨달았습니다. 어미 오리가 자신들에게 그토록 가슴털을 보다듬고 잘 기르게 하였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극도의 상황에서 날개보다 가슴이 중요하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결국 힘차게 젖는 날개짓도 바로 따뜻한 심장의 힘에서 나온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들을 아주 멀리 날게 하는 것도 바로 가슴이 튼튼해야 끝까지 날 수 있다는 것을 깊이 느꼈습니다.

그들 무리들은 마침내 남쪽나라에 다다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남쪽나라에서도 겨울이라 호수는 아직 차갑고 일부는 얼어 있었습니다

그동안 날개만 자랑하던 오리들은 너무나 차가운 물에 선뜻 내려 앉기를 주저했지만 가슴털이 많은 이 오리 가족들은 그것이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오리 새끼들은 차고 시린 물속에서 자신들을 따뜻하게 보호하고 아주 멀리 얼음 하늘 높이 날게하는 것이 가슴이라는 것을 뼈져리게 느꼈습니다. 세상은 날개로만 살아 갈 수 없음을 함께.

오리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 무엇일까요? 그것은 오리 날개나 꼬리털이 아닌 바로 가슴털입니다. 오리에게 아무 쓸모없이, 보기에 별로 없어 보이는 결코 날개털이나 꼬리털이 아닌 오직 이 가슴털로 우리가 겨울이면 입고 다니는 따뜻하고 값비싼 옷을 만듭니다.

아프리카에는 페리칸이라는 새가 있습니다. 이 새는 새끼들을 기르기 위해 먹이를 날라 주는데 자기가 늙어 더이상 새끼를 위해 먹이를 날라 줄 힘이 없어지면 이 페리칸은 자신의 부리로 가슴털을 모두 뽑아버립니다.

그리고 피가 나는 살을 쪼아 자신의 가슴살을 새끼의 먹이로 주면서 생을 마감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희생정신을 가리켜 ‘페리카니즘’ 이라고 합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멋지고 좋은 날개를 가진 사람들을 봅니다. 하지만 실상 그들의 사생활을 들여다 보면 너무도 실망할 때가 많음을 보아 왔습니다. 세상은 수 많은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들이 만들고 엮어가고 있습니다.

-스토리 메이커 박성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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