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비닐 목도리

어머니의 비닐 목도리


[어머니의 비닐 목도리]

시장 어귀 줄줄이 늘어선 좌판들 틈에 어머니의 생선 가게도 있습니다. 가게라지만 사실은 바람막이 하나 없는 길목에 한뼘도 안되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좌판입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생선을 두어 상자씩 받아다 팔아 자식 다섯을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셨습니다.

어머니의 궁색한 나날을 보는게 끔찍히 싫었던 나는 서둘러 결혼해서 집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어머니를 오래 찾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사느라 지쳐 오랜만에 간 어머니는 딸을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이 추운날 네가 왠일이냐?”
“아따 딸만 춥고 엄마는 장산감”
옆의 아주머니가 끼어드셨습니다. 어머니의 옷차림을 처음으로 찬찬히 본 난 목이 메였습니다.

“목에 왜 비닐을?”
“니가 몰라서 그렇지 바람 막는데 비닐이 최고다”.

생활이 힘들단 이유로 목도리 하나 사드리지 못한 내가 부끄럽고 한심해서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 나는 그 길로 털목도리를 사서 엄마에게 둘러 드렸습니다 엄마의 눈에 맺힌 눈물을 뒤로 한 채 엄마 목에 매있던 비린내 나는 비닐을 손에 꼭 쥐고 왔습니다.

사는 게 힘들 때마다 좋은 집 좋은 옷 맛난 옷이 그리울 때마다 꺼내보고 내 욕심을 덜어내기 위해서였습니다

-TV동화 ‘행복한 세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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