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에는

어린 시절에는


어린 시절에는
나이만 먹으면 그냥 다 어른이 되는 줄 알았다.

세월은 저절로 지혜를 쌓게 해주고
마음의 평화도 선물해주겠지.
어느 정도 나이를 먹으면
누구도 나를 얕잡아 보지 않겠지.
그때는 모르는 것보다 아는 게 더 많겠지.
빨리 나이가 먹고 싶었다.

막상 적지 않은 나이가 되어
정신을 차려보니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여전히 인생의 크고 작은 파도에 휘청거리며
가야 할 길에 확신을 갖지 못한 채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고 있다.

달라진 게 하나 있다면
‘척’의 기술이 조금 늘었다는 거.

흔들리면서도 아닌 척,
괜찮지 않으면서도 괜찮은 척,
기분이 나쁘면서도 쿨한 척,
그렇게 이런저런 ‘척’을 하면
어른스러워 보일 거라고 믿었다.

그럴 때마다 초조했다.
진짜 어른은 언제 되는 건가 싶어서.

-박애희, ‘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난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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