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었습니다.

어른이 되었습니다.


[어른이 되었습니다.]

어렸을 때 명함은 잘나가는 어른들만
가지고 다니는 것인 줄 알았다.  
 
멀끔한 양복을 입은 어른이
고급스러운 가죽 케이스에서
자신의 명함을 꺼내 건네는 모습,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보던
그런 장면에 나는 일종의 동경을 느꼈다. 
 
명함이 그저 멋진 물건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회에서 명함을 만들어
누군가에게 건네는 일은 밥벌이를 위해
끊임없이 나의 존재를 알리는,
즉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었다.  
 
그일은 당연히 매번 멋지지만은 않았고
가끔은 스스로가 애처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어쩌면 어렸을 때 기대하던
‘잘나가는 어른’은 이미
물 건너갔을지도 모른다.  
 
나는 회사에서 받은 명함을 양복 안주머니에서
여유롭게 꺼내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만든 명함을 만들어 뿌리고
하루하루 조마조마해하는
애처로운 어른이 되었으니까.  
 
하지만 상관없다. 내 머릿속에는
양복이니 회사니 하는 것들이 아니라
다음 명함을 어떻게 예쁘게
만들까 하는 생각이 가득하니까. 
 
-‘그렇다면 나를 응원할 수밖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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