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 전영탁

야생화 / 전영탁


[야생화 / 전영탁]

애써 꽃 피울려 하지마라
스스로 피게 두라

인향이 닿지 않는
거친 들판에서
천둥소리 듣고
소나기도 맞아가며
홀로 피게 두라

가장 척박한 땅에서
최고의 포도주가 만들어지듯
겨우내 눈물로 쓴 시
봄바람에 날려
응어리진 마음 풀고
홀로 피게 두라

서서는 안 보인다
앉으나 서나 도낀 갰낀
올망졸망 어깨동무하고
함께 피도록 두라

꽃샘추위 만나
더디 올라 올지 몰라도
기여히 터뜨리고 마는
소리 없는 함성
인고의 세월을 견디고
스스로 피게 두라

무릇 가난한 꽃이
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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