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어릴 때
내 키는 제일 작았지만
구경터 어른들 어깨 너머로
환히 들여다보았었지.
아버지가 나를 높이 안아 주셨으니까.

밝고 넓은 길에선
항상 앞장세우고
어둡고 험한 데선
뒤따르게 하셨지.
무서운 것이 덤빌 땐
아버지는 나를 꼭
가슴속, 품속에 넣고 계셨지.

이젠 나도 자라서
기운 센 아이
아버지를 위해선
앞에도 뒤에도 설 수 있건만
아버지는 멀리 산에만 계시네.

어쩌다 찾아오면
잔디풀, 도라지꽃
주름진 얼굴인 양, 웃는 눈인 양
“너 왔구나?” 하시는 듯
아! 아버지는 정다운 무덤으로 
산에만 계시네.

-이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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