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어가는 날들에 최선을 다해 줘

식어가는 날들에 최선을 다해 줘


[식어가는 날들에 최선을 다해 줘]

시간은 사건의 축적이라는 말이 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기억할 만한’ 사건들의 축적.

익숙해진 시간들이 그토록 빠르게 지나가는 이유는 그 시간들이 더는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자극적이지 않은 하루하루라도 쌓이다 보면 진한 이미지로 남는 법.

여행에서 돌아와 이따금씩 툭툭 떠올라 감상에 젖게 만드는 건 바로 그 평범한 일상이다.

장보고 돌아오는 길 잊지 않고 사던 꽃 한 송이. 낡은 도시 사이사이로 스며들던 노을의 빛깔, 벽난로 속 장작이 타들어가는 소리같이 지금은 없고 그때는 있는 그저 그런 일상의 부분들.

행복이란 것은 무언가 많이 채워져 있을 때가 아니라 어느 하나 모자람 없을 때 찾아온다는 진실을 행복의 한가운데서 떠올리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리하여 또다시 떠나고 돌아오길 반복할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은, 식어가는 날들에 최선을 다해달라는 것.

네가 불안해하는 그 감정이 지나고 보면 나태함이 아니라 나른함이며, 지루함이 아니라 충만함이라는 사실을 기억해달라는 것.

너의 그 소중한 하루를 좀 더 아껴달라는 것. 훗날 추억을 꺼내 펼쳤을 때 모소리가 접힌 기억들이 많도록 말이다.

-김연지 ‘나로부터 당신까지의 여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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