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는
수선화는
봄비의 고마움을 잊지 않은 듯하고
봄비는
그런 수선화에게 내색을 하지 않는다.
봄비는 그냥 내렸고,
수선화는 그냥 피었다.
내리고 피는 일,
찰나의 교차점에는
어떤 간곡한 까닭이 있는 것이다.
봄비와 수선화의 관계처럼
그것이 ‘그냥’이 되려면
무르익기를 기다리는 참음도 필요하고
주고도 내색하지 않는 넉넉함도 필요하고
고마움을 잊지 않는 마음 씀도 필요하다.
그렇게 가까워지면
확고한 알리바이가 생긴다.
서로를 입증해 줄 수 있게 된다.
묵비권을 행사해도 훤히 알 수 있을 만큼 단단하게 얽혀있는 공동정범의 관계,
그들은 서로의 관계를 함부로
누설하지 않는다.
둘 사이가 황금처럼 단단해지면
비로소 ‘그냥’이라는 말을
구구절절 해명하거나 설득하지 않아도
통하는 그 말을 할 수가 있게 된다.
당신이 좋아서, 모든 것이
그냥 다 좋다고 말할 수 있게 된다.
-관계의 물리학 중에서-
+ There are no comments
Add y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