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는 요리다 / 전세연
친구와 밥을 먹으면
요리에 들어간 양념만큼
달콤한 이야기와 칼칼한 매운 맛 나는
수다를 함께 먹는다
사는 일이 밥 먹는 일로부터 시작되듯이
담백한 반찬같은 소소한 이야기와
얼큰한 찌개같은 시원한 이야기로
식탁이 풍성해진다
대단한 비법의 음식처럼 맛깔난 화제는
생기 넘치는 셀러드의 신선함만큼
싱그러워지고
계절이 순서도 없이 어제 일인 양 불려와
단발머리가 희끗해지기까지
몇 능선을 넘나들며 새삼
젊지도 늙지도 않은 나이를 되새김하며
잘근거린다
점점 친절하지 않은 몸을 흉보고
심해진 건망증을 특별 메뉴처럼
즐기기도 하지만
곰삭은 오래 된 맛같은
가슴에 묻어둔 사연이 코스처럼 나오면
동화일 수 없는 아픈 이야기와
웃어 넘길 수 없는 씀바귀같이 쓰디 쓴
인생을 소화한 이야기가 찡한 홍어보다
알싸해진다
어느새 비워지는 접시가
새로운 음식이 담겨 나오듯
꽃 진 자리에 새 열매가 맺듯이
은은하게 삭힌 중년의 생은
잘 숙성된 소스같아서
중요한 맛을 내면서도
드러 내지 않으며
전체를 아우르는 최고의 맛을 지닌
인생을 요리한 최고의 레시피같다
잘 익은 맛이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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