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바람에 풀잎편지 띄우고
그대 사랑하기에
내 마음이 너무 떨려
솔바람에 풀잎편지 띄우고
들녘에 이름모를
풀꽃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대 가슴 속에 묻어 두기엔
이 순간이 너무 아려
솔바람에 풀잎편지 띄우고
바위틈에 내려 앉은
그늘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대 그리워 하기엔
꽃구름이 너무 고와
솔바람에 풀잎 편지를 띄우고
밤하늘에 떠도는
새벽별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대 이대로 잊기엔
저 노을이 너무 붉어
솔바람에 풀잎 편지를 띄우고
석양에 걸린 고독한 밤바람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대 기다리기엔
가는 봄이 너무 짧아
솔바람에 풀잎편지 띄우고
이대로 잠들어도
좋을 사람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대를 기다리던 봄도
그대와 나누었던 여름도
모두 지나갔습니다.
이제 그대와 익어갈 가을입니다.
곱게 물들어갈 가을이 지나고
하얀 대지에 추억을 차곡히 쌓으며
부둥켜 안을 겨울이 오겠지요.
이렇게 또 한해를 보내면
우리도 그 시간만큼 성숙해져 있습니다.
서로를 지긋이 바라볼 만큼.
-잊혀지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 ‘좋은님 74인’ 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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