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깍기

손톱깍기


[손톱깍기]

얼마 전 회사 창립 기념 선물로 손톱깎이 세트를 받았다. 기대했던 터라 살짝 실망해 투덜거리는데, 아버지로부터 안부전화가 왔다.

“아버지, 혹시 집에 손톱깎이 있어요?”
“아마 있을걸… 그건 왜 묻니?”
“회사에서 받았는데 보내 드릴까 하고요.”

얼마 뒤 오랜만에 고향집에 내려갔다. 찬찬히 방을 살피는데 내가 보내 준 손톱깎기가 포장지도 뜯지 않은 채로 거울 앞에 있었다.

모처럼 선물한 건데 서운했다. 포장지를 뜯고 보기 좋은 곳에 올려 두려던 찰라,
‘아버지 손톱을 깎아 드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한사코 괜찮다는 아버지 손을 덥석잡은 나는 얼마 못가서 손톱깎이를 내려 놓아야 했다. 아버지의 손톱이 닳고 닳아 손질할 게 없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고우셨던 손이 어느새 거칠어져 있었다. 필요없는 손톱깎이인 줄도 모르고 포장지도 뜯지 않았다며 서운해하다니 참 한심한 아들이구나 싶었다.

겨울이면 아들 손이 거칠어질까 손수 로션을 발라 주시며 장갑을 건네시던 아버지… 그러고 보니 아버지 손을 잡은 게 정말 오랜만이었다.

아버지는 그런 내 마음을 눈치챘는지
황급히 손을 빼며 어색한 웃음을 지으셨다.

마디마디 굵어진 손가락과 단단한 굳는살 그리고 손바닥에 새겨진 주름을보며 아버지가 지금껏 얼마나 고생하셨는지 알 수 있었다.

아버지는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사람 입은 거짓말을 해도 손은 거짓말 못하는 법이다.”

그날 아버지는 내게 세상 무엇보다 값진 가르침을 주셨다.

-영등포구/김재국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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