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스승은 많다

세상은 넓고 스승은 많다


[세상은 넓고 스승은 많다]

최고의 스승이 누구냐는 질문을 가끔 받는다. 김응룡 감독, 김성근 감독, 이승엽 선수 등을 줄줄 말하다가 최배달 선생을 꼽을 때도 있다.

어떻게 하면 더 강한 타구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날이었다. 라커 룸에서 스포츠신문을 읽고 있었다. 야구 기사를 쭉 읽다가 당시 인기 있던 연재만화 ‘바람의 파이터’ 를 봤다.

눈이 번쩍 뜨였다. 만화에서 극진 가라데 창시자 최배달 선생이 자신의 격파술에 대한 비밀을 소개했다. 그분의 타격법은 발이나 주먹을 앞으로 쭉 뻗기만 하는 게 아니었다. 강하게 때린 뒤 발이나 주먹을 자신의 몸, 즉 원래의 자리로 빠르게 거둬들이는 것이었다.

곰곰이 생각했다. 주먹으로 목표물을 가격하는 동작과 배트로 공을 치는 스윙의 근본은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분명히 그의 격파술에서 배울 점이 있을 것이다. 배트로 공을 꽉 누르듯 때린 뒤 빠르게 거두는 스윙을 실험했다. 그렇게 하니 힘이 더 실렸다. 만세타법의 메커니즘도 여기서 나왔다.

유일한 취미인 낚시에서도 야구를 배운다. 낚시를 갈 때마다 찌를 야구공이라고 생각하고 오랫동안 집중해서 노려본다. 나와 낚시찌 사이의 거리는 타석에서 내가 공을 쳐야 할지 말지 결정해야 할 거리와 비슷하다.

한 시간쯤 찌를 상대하다 보면 어떤 투수의 공이라도 쳐 낼 것 같은 집중력이 생긴다. 은퇴한 뒤에도 몇 차례 낚시터를 찾았는데, 무의식적으로 타격을 생각했다. 이쯤이면 직업병이다.

자기 중심을 꽉 잡고 있다면 그 다음 필요한 것은 ‘영감’이다. 세상은 넓고, 영감을 주는 스승은 많다. 배울 것이 있다면 초등학생이라도 붙들고 물어봐야 한다.

-프로야구 선수 양준혁 (1969-Present) ‘뛰어라! 지금이 마지막인 것처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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