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멋진 치킨
내가 사는 방배동에는, 아주 특별한 치킨집이 하나 있다. 물론 엄청나게 맛도 있지만, 나는 그 치킨을 ‘멋지다!’라고 표현하고 싶다. 믿기 힘들겠지만, 멀리 경기도 부천에서 오직 치킨을 포장해 갈 목적으로 올 정도로 정말 인기가 좋다.
그 이유가 뭘까? 단지 ‘맛’ 때문이라면 이렇게 사랑받기는 힘들텐데. 좋아하는 수준을 넘어서 사랑의 단계로 간다는 것은, 맛이 아니라 마음의 영역에서나 가능하니까.
치킨을 주문하고 기다리던 중이었다. 한 손님이 호기롭게 외쳤다. “50마리 포장해 주세요!” 그런데 주인의 표정이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그는 최대한 정중하게 주문을 받을 수 없다며 거절했다. 그러자 손님의 당당했던 표정이 애원하듯 변하며, 식어도 좋으니 포장해 갈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래도 주인의 생각은 분명했다. 왜 그렇게까지 거절하는 걸까?
그가 밝히는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다른 손님에게 실례가 되기 때문입니다.”
아, 그래 바로 그 마음이다. 50마리를 튀겨서 팔면 빠르게 돈을 벌 수 있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 다른 손님의 주문을 받을 수 없다. 한 사람에게 줄 50마리를 튀기는 동안, 한 마리를 먹는 50개 테이블에 앉은 손님이 느낄 불편함을, 주인은 마음 아파한 것이다.
그래도 손님이 50마리 포장을 포기하지 않자, 주인은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해줬다. “제가 50마리를 포장해 드리면, 오늘 준비한 닭의 3분의 1을 너무 빠르게 소진하게 됩니다. 그럼 일찍 문을 닫게 되고, 평소처럼 우리 치킨 한 마리를 먹기 위해 오시는 손님에게 실망을 주게 되겠죠. 제 마음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의 자세한 설명을 듣자, ’50마리를 포장하는 것도 50명에게 행복을 전하는 건데, 왜 주문을 받지 않는 걸까?’에 대한 의문이 풀렸다.
빨리 문을 닫고 집에 가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손님에게 마음을 전하려는 사람. 더 팔아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적게 팔아도 마음을 나누는 게 장사의 목적인 사람. 치킨에 마음을 담아 포장해 주는 사람. 방금 튀긴 치킨보다 뜨거운 그 마음을 어찌 손님이 모를 수 있을까?
‘신선한 재료와 화려한 기술도 중요하지만, 세상에 마음보다 강한 감칠맛은 없다. 마음이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이다.’
-2017년 5월 김종원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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