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도 유서를 쓴다

새들도 유서를 쓴다


[새들도 유서를 쓴다]

나무인들 어디
위로만 뻗고 싶겠는가
때로는 넌지시
가지를 옆으로도 뻗어
곁눈질로만 굳어 버린 나무들과
뻐근한 어깨를 겹쳐 가며
그 억울한 속내라도
들어 주고 싶을 것이다

강물인들 어디
한곳으로만 흐르고 싶겠는가
때로는 강둑이
졸음을 참아 내지 못할 때
인심 좋은 마을 쪽으로도
슬쩍 휘돌아
직선만 선이 아님을
귀띔해 주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나무는
하늘로만 맞닿으려 하고,
강물은 곡선의 가르침을
굽이치는 물결로만 배우려 한다

맞바람에 시달리며
올곧게 살아온 새 한 마리,
거슴츠레한 눈을 접으며
짧은 유서를 마감한다

잔가지에 앉지 마라
너무 높이 날지 마라

허물없이 살고 싶은 건
사람만이 아닐 것이다

-김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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