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 류시화
시를 쓴다는 것이 더구나,
나를 뒤돌아본다는 것이 싫었다,
언제나,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나였다.
다시는 세월에 대해 말하지 말자.
내 가슴에 피를 묻히고
날아간 새에 대해
나는 꿈꾸어선 안 될 것들을
꿈꾸고 있었다.
죽을 때까지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 나는 두려웠다.
다시는 묻지 말자.
내 마음을 지나 손짓하며
사라진 그것들을,
저 세월들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는 법이 없다.
고개를 꺾고 뒤돌아보는 새는,
이미 죽은 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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