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 /류시화
삶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 /류시화
집이 없는 사람은
집을 그리워 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는 집을 떠나
길 위에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 간다
어떤자는 울면서
웃는 날을 그리워 하고
웃는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한다
나,
길가에 피어난 꽃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 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가는 자는
더 살지 못함을 아쉬워하고,
자유가 없는 자유를 그리워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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