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이런 날이 있지 않은가

살다 보면 이런 날이 있지 않은가


그대여, 살다 보면

‘나는 누구인가’ 라는

가장 원초적인 질문을 하게 되는

이런 날이 있지 않은가.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은, 그러나

그 누구도, 그 어떤 대답도 할 수 없는

‘나’ 라는 존재의 본질을 찾고 싶은

이런 날이 있지 않은가.

누구를 지배할 이유도

누구에게 지배받을 이유도 없는

다만 평범하게 살고 싶은

소박한 꿈마저도 바람 앞에 힘겨울 때

그대여, 살다 보면

‘삶이란 무엇인가’ 라는

가장 고독한 질문을 하게 되는

이런 날이 있지 않은가.

마음의 풍요보다 물질의 풍요가

행복의 조건이라는 가치관이

상식으로 여겨질 때

그대여, 살다 보면

‘돈이란 무엇인가’ 라는

가장 서글프고 쓸쓸한 질문을 하게 되는

이런 날이 있지 않은가.

창조의 신은 우리에게

생명을 주었듯이 죽음도 주었지요.

언젠가는 죽는다는 두려운 사실

그래야만 한다는 숙명적인 사실

엄연한 이 사실에, 문득

욕망의 부질 없음을 깨닫게 되는

그대여,

살다 보면 이런 날이 있지 않은가.

– 詩 / 이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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