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내게 오지 않으면, 내가 산에게로 가면 된다
사람들이 산속에 은거하는 고명한 은수자를 찾아가 물었다.
“믿음이란 무엇인지요? 당신의 믿음을 보여주세요.”
은수자가 한참 동안 먼 산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이레 뒤에 저기 보이는 산으로 오십시요. 그러면 내가 산을 움직여 믿음이 무엇인지 보여주겠습니다.”
그날이 되자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어 은수자가 산이 움직이길 기다렸다. 산 앞에서 고요히 기도를 마친 은수자가 이윽고 산을 향해 소리쳤다.
“산아, 움직여라!”
산은 끔쩍도 하지 않았다. 다시 은수자가 외쳤다.
“산아, 움직여라!”
산은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웅성이기 시작하였다.
은수자가 다시 산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산아, 내게로 오라!”
산은 여전히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자 은수자가 한참 동안 산을 바라보다가 이렇게 말했다.
“산아. 네가 움직이지 않으면 내가 가면 되지!”
웅성대는 사람들을 헤치고 은수자는 산을 향해 떠났다.
이 우화를 읽으며 한순간 긴장을 했다. 인간이 움직이라 해서 산이 움직이는 게 아닌데, 은수자가 호언장담을 하기 때문에 그 결과가 궁금했습니다.
그는 결국 산이 자기한테로 오지 않자 “산이 오지 않으면, 내가 가면 되지!”하고 산을 향해 떠납니다. 그 순간 긴장이 풀리고 입가엔 잔잔한 미소가 흐릅니다.
은수자(철학적 완덕을 추구하기 위해 사회를 떠나 외딴 곳에 은거하여 수도생활을 하는 사람)가 주는 메세지는 아주 강렬했습니다.
무엇이던지 간절히 원하는 게 있으면 찾아올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그것을 향해 떠나라는 것이었습니다. 믿음이 무엇인지 묻는 사람들에게 ‘믿음이 찾아오기를 기다리지 말고 믿음을 향해 떠나라.’는 메세지를 전한 것입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간절히 기다리며 살아가면서도 그 기다림의 자세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기다리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기다림을 위해 어떠한 자세를 지녀야 하는가도 매우 중요합니다.
기다림은 끈질기게 참고 기다리는 데에서도 얻을 수 있지만 능동적으로 찾아감으로서 완성시킬 수 있습니다.
바람개비가 바람불지 않으면 돌지 않을 때 우리는 앞으로 달려가며 스스로 바람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인생에는 원래 정해진 길이 없습니다. 내가 걸어가는 길이 바로 인생길입니다. 길을 가고자 하는 자에게는 길이 만들어지고, 길을 가지 않고자 하는 자에게는 길이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사랑도 내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는 것입니다.
“산이 내게 오지 않으면, 내가 산을 향해 걸어가면 됩니다.”
-정호승의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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