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   말못하고 / 나태주

사랑한다 말못하고 / 나태주


[사랑한다 말못하고 / 나태주]

사랑한다는 말은 접어두고서
꽃이 예쁘다느니,
하늘이 파랗다느니
그리고
오늘은 가을비가 내린다고 말했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은 접어두고서
이 가을에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고
역에 나가
기차라도 타야 할까보다고
말을 했지요

사랑한다는 말은 접어두고서
기차를 타고 무작정 떠나온 길
작은 간이역에 내려
강을 찾았다고
그렇게 짧은 안부를 보내주었지요

사랑한다는 말은 접어둔 채로
그렇게 떠나온 도시에서
이 강물이 그렇게나 그립더니만
가을이라
쓸쓸한 노을 빛 강가에 서고 보니 그리운 것은
다른 어느 것도
아닌 사람이더라고
그렇게
당신의 그리움을 전해왔습니다

끝내
사랑한다는 말은 접어두고서
그 강가 갈대 숲에 앉아
하염없이…
흐르는 강물만 바라보았노라고
말을 했지요

사랑한다는 말은 내색도 없이 접어두고서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주문처럼 외웠다 했습니다

강물은 흘러 바다로 간다지
저 강물은
흘러 흘러 바다로 간다지

그렇게
흘러가는 강물을 보고 있자니
흐르는 것은
강물만이 아니더라고

나도 흐르고
너도 흐르고
우리 모두 어디론가 흘러가더라고
사랑한다는 말은 접어 둔 채로 그렇게
흐르는 것이 인생이더라

사랑한다는 말은
끝끝내 접어두고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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