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다 외롭다
사람은
정작 외로워야 사람이다
깊은 심지를 들여다 보는 것도
촛물이 촛농을 흘러 내리는 것도
자세히 보아야 보인다
철저히 밑바닥까지 쓸어 내리는 일은
고인 물처럼 썩지 않게 누워
햇빛을 받아야지
외로워야 사람이다
의중을 알 수 없는 것도
외로워야 그 내막을 알 수 있고
몸부림을 치고 벗어 나려 하지만
수렁으로 더 빠져 버리는 기분은
더 외로워야 가능하다
새삼스럽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는 빈 껍데기 육신의
감정인 것을
그리우면 그립다 말하고
열두 번 소가 되새김 하듯
역류성 식도염처럼 올라오는 그 무엇이
우리를 외롭게 한다
외로워야 사람이다
-김경희, ‘마중 나가는 여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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