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날엔 / 정재익

비 내리는 날엔 / 정재익


[비 내리는 날엔 / 정재익]

언제일지 몰라도
비 내리는 날이 온다면
그 날이 먼 훗날이라도 좋다

아직 우리가
살아보지 못한 날이지만
함께 머물게 된다면
나, 그대를 만나고 싶다

짙은 커피향이 퍼져있는
어느 카페에서
큰 통유리가 있는 창가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커피 한 잔으로
긴 그리움을 달래고 싶다

비오는 거리를 걷다가
어디엔가 기대어 쉬어갈 때
우산 속, 입맞춤으로
그리움의 쉼표 하나 찍고 싶다

받쳐든 우산 끝,
빗방울이 내 어깨에 떨어져
살을 타고 흘러도 좋다

모든 기억을 정지시키고
모든 시간을 멈추어놓고
너의 미소를 마시며
너의 향기를 호흡을 하며

그리웠던 시간들을
그대 붉은 입술에 새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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