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탈에 서다
이제는 등 뒤도 돌아보아야겠다
살다 보면 내게도 소나기가 오겠지만
잎을 적시고 있는 이슬로도
숲은 목을 축이고
눈 한번 감았다 뜨는데
달은 한 달이나 걸어야 하지 않는가
그래, 작은 것들도 주머니에 챙기면서
뒤도 돌아보면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올라보는 거야
시린 밤에 등불 켠 별이
앞만 밝히는 것은 아닐 테다
별빛도 헐떡이며 오른 어둠의 등 뒤로
비탈들이 있었고
거기를 건넜기에 저 별도 빤짝이는 거지.
-안수동 / ‘비탈에 서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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