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
비움
나이를 먹어서 좋은 일이 많습니다.
조금은 무뎌졌고 조금 더 너그러워 질 수 있으며
조금 더 기다릴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 자신에게 그렇습니다.
이젠 사람이 그럴수도 있지, 하고 말하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고통이 와도 언젠가는 설사 조금 오래 걸려도 그것이 지나갈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고 문득 문득 생각하게 됩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학대가 일어날 수도 있고,
비겁한 위인과 순결한 배반자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랑한다고 꼭 그대를 내 곁에 두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 공지영 /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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