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돈목(佛眼豚目) -부처의 눈과 돼지의 눈

불안돈목(佛眼豚目) -부처의 눈과 돼지의 눈


[불안돈목(佛眼豚目) -부처의 눈과 돼지의 눈]

‘눈은 마음의 거울’이란 말이 있다. 눈만 보고서 그 사람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다는 속담이다. 눈의 중요성을 말하는 ‘몸이 열이면 눈이 구할’의 뜻도 사람이 생활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눈이라는 말이겠다. 성서에 ‘너희 형제의 눈에 든 가시는 보면서 네 눈에 든 들보는 깨닫지 못하는가’ 하고 꾸짖어도 자신의 잘못은 깨우치지 못하는 것이 인간이다.

잘 알려진 부처님 눈(佛眼)과 돼지의 눈(豚目)이란 엉뚱한 비유는 無學大師(무학대사)와 조선 태조 李成桂(이성계) 사이에 있었던 이야기서 나왔다. 부처의 눈으로 보면 모든 것이 부처로 보이고, 돼지의 눈으로 보면 모든 것이 추하게 보인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사물은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평가가 다를 수도 있으니 만물을 자기 척도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 가르친다. 조선 총독부에서 금석문을 정리한 ‘朝鮮金石總覽(조선금석총람)’에 실렸다고 한국고사성어에 설명하고 있다.

대사는 속성이 朴(박)씨이고 이름이 自超(자초)인데 無學(무학)이 법명으로 남았다. 이것은 불교의 수행 과정에서 가장 높은 단계로 번뇌를 없애고 열반의 경지에 오르면 더 배울 것이 없다는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 한다. 태조의 왕사이기도 한 무학대사는 그만큼 일화도 많다. 이성계가 집집마다 닭들이 ‘꼬끼요’하고 일제히 울 때 한 허름한 집에서 서까래 세 개를 지고 나오는 꿈을 꾸었다. 해몽을 부탁받은 무학이 닭 우는 소리는 고귀한 지위를 축하하는 高貴位(고귀위)란 말이고, 서까래 세 개를 지면 왕이 된다고 했다.

태조가 한양으로 천도하고 시국이 안정됐을 때 흉허물 없이 지내자며 무학대사에게 돼지를 닮았다고 농을 던졌다. 그러나 무학은 태조에게 부처를 닮았다고 했다. 왕이 불평하자 ‘부처님 눈으로 보면 부처로 보이고(佛眼佛示/불안불시), 돼지의 눈으로 보면 돼지로 보일 뿐입니다(豚目豚示/돈목돈시)’고 대답했다. 경을 칠 말이지만 태조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안병화(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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