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세월
부부의 세월
한밤중 잠이 깨어 뒤척이다
낯설고 외로운 등을 보았다.
활처럼 휘어 웅크린
조그맣고 딱딱한 등을.
한때는 꿈 많은 소년이었고
꼿꼿한 등을 가졌던 청년이
삶에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외롭게 웅크리고 잠들어 있다.
밤이 짧아
긴긴 사랑을 나눌 수 없다던 남자는
거친 세월과 싸우다 지쳐
휘어진 등에 허무의 집을 짓고
언젠가부터
캄캄한 벽과 친구가 되어 버렸다.
외롭고 쓸쓸해 보이는 그 등이
오늘 밤은 더 가여워 보여
거칠고 투박해진 손으로
그 등을 어루만져 본다.
-전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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