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과 눈이 마주치다 / 전순옥
봄과 눈이 마주치다 / 전순옥
나태를 일으켜
느린 걸음으로 들판을 나서니
살가운 햇살이 다가와 안긴다
집나간 녀석이 돌아온 듯
꽤나 말랑하니 유들해졌다
그래서 기다리는 일은
마음안에 꽃 한 송이 키우는 일인가보다
이제 겨울나무의 살결에는 새살이 돋으려
자꾸 간지러워 지는데
뭍에 있는 모든 것들은 비밀의 문이 열린 듯
숨겨둔 이야기를
조그만 연두빛 혀가
속살거린다
살다가 다시 만나지는 사람이 있듯이
돌아온 봄 볕이 그렇고,
바람이 그렇다…
스스로 피어나는 대견한 것들 사이
내 딸아이 햇 얼굴 씻어 놓은 듯
아직은 도도한 바람에도 말갛게 웃는
봄까치가 닮은 듯 신성스러운데
절대 고독의 지경을 넘은
상냥한 봄이 아직은 왜소하지만
초록으로 파도치는
봄 바다에 멀미를 일으킬 날이
멀지 않았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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