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바보로 살아라
2004년 췌장암 진단을 받았을 때 의사는 스티브 잡스에게 죽음을 준비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적적으로 수술에 성공한 이후 그는 더욱 왕성한 삶을 살았다. 2005년 스탠포드대학에서 했던 불후의 명연설은 그가 수술 후 약 1년이 지났을 무렵 행했던 것이었다.
이 연설에서 그는 자신의 인생에서 큰 전환점이 되었던 세 번째의 주제로 ‘죽음’을 꼽았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남의 생각이나 이야기에 얽매여 이리저리 끌려 다니느라 인생을 낭비하지 말고 자신의 내면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진정으로 무엇이 되고 싶은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게 된다는 것이다.
오늘이 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삶의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뻔히 답이 나온다. 가장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하고, 가장 소중한 일을 하는데 금쪽 같은 시간을 내는 것이다. 어영부영하고 흥청망청하면서 할 일 없이 빈둥거리는데 생의 마지막 날을 보낼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1분 1초도 쓸데 없는 일을 하는데 낭비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마치 영원히 살기라도 할 것처럼, 가진 것은 시간밖에 없다는 듯이,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하루를 속절 없이 허비하며 산다. 주변의 분위기나 체면을 의식하느라, 남들의 시선과 눈치를 살피느라, 내면에서 들려오는 양심의 소리를 외면한 채 겉도는 삶을 산다.
이 세상 모두를 속일지라도 절대 속일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자신의 양심이다. 인생을 잘 살고 있는지 자신의 양심은 알고 있다. 지금 그대의 삶이 건강한지 알고 싶은가? 그렇다면 남에게 물어보려고 하지 말고 자신의 양심에게 물어보라. 그리고 양심이 힘들어하는 삶은 이제 그만 살아라.
아무리 속이려고 해도 절대 속일 수 없는 양심을 왜 그렇게 힘들게 하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고 왜 남에게 물으려고 하는가? 그 해답을 갖고 있는 자신의 양심에게 왜 물어보려고 하지 않는가?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지 자신의 양심에게 물어보면 안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양심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
스티브 잡스가 연설에서 마지막으로 강조했던 말은 짧지만 강렬하다.
Stay Hungry. Stay Foolish
배고프게 살아라. 바보처럼 살아라
도대체 이 말은 무슨 뜻일까? 현실에 안주하려고 하지 말고 보다 나은 삶을 향해 항상 무언가 갈구하면서 영혼의 배고픔을 채워가는 삶을 살라는 당부의 말이 아닐까? 남들이 사는 대로 살아가려고 할 것이 아니라 설사 바보처럼 어리석다는 소리를 들을지언정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을 살아가라는 의미가 아닐까? 늘 새로운 삶을 위해 도전하면서 자신의 마음이 가고자 하는 길을 따라 살아가라는 뜻이 아닐까?
우리 시대의 걸출한 거인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스티브 잡스. 그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거울 앞에서 이렇게 묻지 않았을까? “만일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오늘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고. 그렇다면 그는 자신의 마음이 시키는 대로 생의 마지막을 살았을까? 나는 그가 틀림 없이 그렇게 살았으리라 믿는다. 그에게 주어진 하루하루의 삶은 정말이지 언제 마지막 날이 될지 모를 정도로 소중한 시간이었을 테니까.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고 늘 배고픈 마음으로 바보처럼 그 길을 걸어갔던 스티브 잡스의 삶. 그것은 내가 걸어가고 싶은 내 인생의 여정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가 떠난 지금 그의 존재감이 더욱 크게 다가오는 것인지 모르겠다.
-정균승 ‘배고픈 바보로 살아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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