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이 최고의 약 / 류시화
인도 의학의 아버지이며 수술의 선구자인 수쉬루타는 기원전 6세기경 인류 최초로 성형수술과 이식수술을 집도한 외과의사이다. 또한 최초로 뇌수술과 백내장 수술을 해서 인도의 히포크라테스로도 불린다. 어떤 병이든 마법의 손길로 치료하는 뛰어난 내과의사이기도 했다.
“수쉬루타, 당신은 보통 인간이 아니라 신들의 의사인 단반타리 (힌두 의학의 신)의 화신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경탄했지만 수쉬루타는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
“이 나라의 어떤 의사도 나만큼의 의학 지식은 가지고 있다.
내 치료가 효과가 있다면 그건 사람들이 나를 신뢰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수쉬루타 자신이 병에 걸려 심한 기침으로 고통받았다. 몇 달이 지나도 기침이 가라앉지 않았다.
한 친구가 말했다.
“약초가 필요하면 말해. 우리가 구해다 줄게.”
수쉬루타는 그저 미소로 답할 뿐이었다.
또 다른 친구는 말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의사라도 자기 자신은 치료할 수 없다는 말이 있지. 그러니 아유쉬만의 치료를 받아 보면 어떨까?.”
수쉬루타가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나도 그렇게 할까 생각 중이었어.”
치료사로 평판이 난 아유쉬만에 대해 수쉬루타도 많이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래서 몇 명의 친구와 함께 아유쉬만을 만나러 떠났다.
하지만 아유쉬만의 집에 도착한 수쉬루타는 그를 만날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유쉬만이 한 달 넘게 아팠기 때문에 또 다른 의사인 베디야만에게 상담을 받으로 갔다는 것이었다. 베디야만은 걸어서 하루 걸리는 마을에 살고 있었다.
수쉬루타는 생각했다. ‘나 역시 베디야만을 만나러 가는 게 옳은 선택이겠어. 의심할 여지 없이 그가 우리 중에서 가장 뛰어난 의사야.’
그들은 여인숙에서 밤을 보낸 다음 아침 일찍 길을 떠났다. 해가 질 무렵, 그들은 마을에 들어섰다. 그런데 시장 골목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슬픈 얼굴을 하고 있었다. 베디야만의 집이 가까워 오자 군중이 모여 있고, 그들 중 많은 사람이 울고 있었다.
“베디야만의 환자 중에 신분이 높은 누군가가 죽었나요?”
존경받는 의사의 집 앞에서 울고 있는 행인에게 수쉬루타가 물었다.
그러자 그 사람이 말했다.
“환자가 아니라 베디야만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지난 보름 동안 아파서 누워 있었습니다. 내일 그는 유명한 의사 수쉬루타를 만나러 가서 치료를 받을 예정이었는데 갑자기 죽음이 찾아왔습니다.”
수쉬루타는 세상을 떠난 위대한 영혼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두 손을 모아 이마에 올렸다. 그런 후 돌아가기 위해 발길을 돌렸다.
동행한 친구들이 그를 쳐다보았다. 수쉬루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돌아가지. 걱정하지 마. 나는 곧 좋아질 거야.”
그의 동행들이 물었다.
“어떻게?”
수쉬루타가 설명했다.
“모든 사람들이 나를 믿었지만, 나는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어. 이제 그 믿음을 다시 찾았어. 믿음이 최고의 약이지! 나는 충분히 나 자신을 치료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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