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의 자세
들길 한모퉁이에 조용히 피어
다소곳이 제자리를 지키는 민들레
자그마한 키로 소박하게 피어 있는 그 꽃이
다른 꽃들보다 더 내 마음을 흔드는 것은
겸허함과 강인함 때문이다.
들여다볼수록 야무지고 당찬 꽃
수없이 많은 홀씨를 준비하고 있으면서도
교만이나 허영은 찾아볼 수 없고,
자신의 할 일이 끝나면
더 이상 무얼 남기려 애쓰지 않고
훌훌 떠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어떤 혹독한 자연의 시련을 겪더라도
내년 이맘 때면 어김없이 새싹을 튀우는 민들레
나는 그 꽃을 보며
앞으로 가야 할 내 삶의 자세를 배운다.
아름다운 꽃잎만 내세우다가
이리 잘리고 저리 잘려
마침내는 누군가의 꽃병에 꽃혀
수명을 다하는 꽃이 아닌,
화려한 빛깔과 향기는 없지만
이 땅의 척박한 곳 어디에서도
뿌리 내릴 수 있는 민들레 같이
질긴 삶이 되길 바라는 것이다.
또 떠날 때는 미련 없이 훌훌
떠날 수 있는 민들레의 의연함
나는 그 꽃처럼 다소곳이 고개를 숙인다.
-이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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