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방을 넘다

문지방을 넘다


문지방을 넘다

 

모서리가 닳고 닳아

덜컹거리는 문짝

문턱 틈에 걸터앉은 햇살도 슬금 들어오고

배고픈 시궁쥐도 어린 새끼들 데리고

뻔한 부엌살림을 기웃거리더니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얼마나 고달픈 작업화가 들락 거렸는지

쇠굽이 이내 드러나고

뒤축이 떨어진 신발은 또 몇 컬레가 쌓였는지

문지방을 넘다 뒤돌아보면

오도마니 모여 있는 아이들 운동화는

왜 그렇게 어린 발길을 재촉하는지

그래도 흙을 털고 성큼 문을 여는 순간만이

문지방 건너 세상 밖에 있는 행복을

한 수저 떠먹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 임성용 시집 / ‘하늘공장’ 中 –

 

출처:문학과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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