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 / 박 경자

무게 / 박 경자


[무게 / 박 경자]

겨울 숲 앙상한 가지 위에
엎질러진 허공은 공평하다

더하고 덜한 데가 없다
먼 데 능선에서 가까운 골짜기까지
높거나 낮거나
똑같은, 한 근 반이다

문제는 허공이 아니라 저 자신이라는 것

염치없이 허공 속으로 쭉쭉 뻗어오른 갈참나무
눈치껏 팔 벌리고 몸 낮춰 적당히 허공을 견디는 층층나무
휘어지고 비틀어지며 마디 굵은 손으로 허공을 온통 혼자 견디고 있는 오동나무
등, 등

저마다 다른 무게를 견디고 있는 앙상한 가지들을 보면 안다

오늘도 허공은
제 속에 시린 바람이 지나가거나 말거나
구름 한 점 품었거나 말거나
더하고 덜한 데 없이
공평하다
견딜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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