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 드라마 / 전세연
모노 드라마 / 전세연
구십의 홀어머니를 두고
육 남매의 장남이 돌연사를 했다
죽음은 기습적으로 날카로웠고
슬픔은 풍선처럼 터졌다
혹여 갑작스런 아들의 부고 때문에
노모조차 잃을까
남은 자녀들이 입을 다문다
알 리 없는 노모는 큰아들이 요즘 소식이 없다고
효자인 막내 아들에게 안부를 묻는다
요즘 형님이 몸이 아퍼 입원중인데
곧 괜찮아진다니 넘 걱정마세요
한번의 거짓말로
형의 인생을 연기하는 일인극의 주인공이 되었다
성대모사가 시작되었고
한 번씩 살아나는 형이 노모의 수명을 안정시킨다
죽은자의 평평한 시간들이 흐르자
1번에 저장된 큰아들에게 전화를 건다
큰애냐?
예 어머니
아이구 아야 많이 아픈겨? 어디가 아픈겨?’
밥은 잘 먹는겨? 잘 돌아는 댕기는겨?
걱정과 슬픔이 수화기에 용암처럼
넘쳐 흐른다
예, 밥은 잘 먹으니 걱정 마세요
조금 있으면 좋아진다니
넘 걱정 마세요 어머니,
고인의 폰을 휴대하며 노모의 전화를 받아
형으로 빙의한다
병원에 오겠다는 노모를 말리느라
산속 요양원이라 오기 힘드니
다 나으면 가겠다고 통화를 끊는다
불효자의 효심이 전해지고
효자에 가슴은 저려온다
죽음을 연기하는 공허한 대사들은
되풀이 되고
지킬 수 없는 약속이 어미의 가슴을 다녀온다
각본이 정해진 드라마에
예측할 수 있는 복선은 효라는 지문으로 처리되고
위기없는 결말을 향하여
슬픈 엔딩을 늦추려 폰을 충전한다
단 한명의 관객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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