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정겨운 찻잔이 되고 싶다/ 장영순

당신의 정겨운 찻잔이 되고 싶다/ 장영순


[당신의 정겨운 찻잔이 되고 싶다/ 장영순]

이렇게 차가운 바람이
휘몰아치는 날이면
난 당신의
정겨운 찻잔이 되고 싶다

하루를 시작하는
조용한 아침이라도 좋고
바쁜 하루를 마무리하는
밤이라도 좋다

날마다 당신 손에 들리어져
당신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끝을 느끼고 싶고
날마다 당신 입술에 닿아
내 작은 가슴 콩닥이고 싶다

차 한 모금이 당신 몸으로
넘어갈 때마다 당신의
가슴속을 들여다보고
내가 얼마니 차지하고 있나
엿보고도 싶다

당신이 나를 들고 창가를
내다볼 때면 난 당신의
복잡한 머리를 식혀주고
그윽한 향기를 품어내어
잠시나마 편안하고
부드러운 음악 같은 휴식을
날마다 당신께 주고싶다

내가 당신의
정겨운 찻잔이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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