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는 누군가가 있을까
어릴 적 숨바꼭질을 할 때마다
꼭 숨는 곳이 있었다.
바로 옷장.
걸려 있는 옷들의
폭신한 촉감 때문에 아늑했고
문틈으로 가느다랗게 빛이 새어 들어와
그 안에 기어 들어가 웅크리고 있으면
캄캄해도 마음은 편안했다.
그런 공간이 필요한 날이 있다.
복잡한 관계에 치여 사람들을 보기가 힘들 때
이런저런 말과 참견에 머릿속이 시끄러울 때
온전히 나 혼자로 돌아갈 수 있는
캄캄하고 아늑한 곳,
다시 밖으로 나올 용기가 생길 때까지
마음 놓고 숨을 수 있는 곳이.
계속 숨어 있을 수 없다는 건 안다.
옷장 안에 웅크리고 있는 동안에도
누군가가 나를 찾아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슬며시 들고
술래가 끝까지 나를 찾지 못할까 봐
불안해지기도 했다.
나는 혼자가 될 수 있는 곳을 찾으면서도
누군가 그 옷장을 열어주기를
바랐는지도 모른다.
그만 숨어도 된다고,
내가 너를 찾았다고 말해주길,
가끔은 내가 여기에 있다는 걸
누군가 알아주길.
지금도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사실은 내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알고 있지만
일부러 찾지 않는 배려를 원하는 것이 아닐까.
마치 숨바꼭질하는 아이가
어디 있는지 훤히 알면서도
부모님이 짐짓 모른 척 기다려주는 것처럼.
당신에게는
혼자가 되고 싶을 때 숨어들 옷장이,
그 속에 숨어 있을 때 찾아줄 누군가가 있을까?
-전승환 / 라이언 내 곁에 있어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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