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간다는 것은 / 김채연

늙어 간다는 것은 / 김채연


[늙어 간다는 것은 / 김채연]

늙어 간다는 것은
돌아간다는 것이다

세상에 왔을 때 치아가
없었고

세상에 올 때 걸어서
온 사람은 없다

돌아간다는 것
세상에 왔을 때로

세상을 돌아서 간다는
것이다

둥근 세상이기에 내가
그려 놓은 원만큼만

딱 그만큼만 돌아서
가는 것이다.

세상에 와서 얻은
모든 것을 다 놓고

공수래공수거로
홀연히 돌아가는 것이다.

그것이 인생이다
오늘도 잘 돌아보자.

늙어 간다는 것
때로는 서글픔이다.

기껏 얻은 모든 것을
결국 임대였다는 것

세상은 임대하는
것이다.

임대료는 내 청춘이다.
비싸니 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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