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길

늙어가는 길


늙어가는 길

처음 가는 길입니다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길입니다
무엇하나 처음 가는 길은 없지만

늙어 가는 이 길은
몸과 마음도 같지 않고
방향감각도 매우 서툴기만 합니다

가면서도 이 길이 맞는지
어리둥절할 때가 많습니다

때론 두렵고 불안한 마음에
멍하니 창 밖만 바라보곤 합니다
시리도록 외로울 때도 있고
아리도록 그리울 때도 있습니다

어릴 적 처음 길은
호기심과 희망이 있었고
젊어서의 처음 길은
설렘으로 무서울 게 없었는데
처음 늙어 가는 이 길은
너무나 두렵기만 합니다

여정 길에 친구가 그리웁기도 하고
때로는 말벗이라도 할 친구를
그리워하는 노욕에
뛰는 가슴으로 두리번 두리번
찾아보기도 합니다

앞길이 뒷길보다 짧다는 걸 알기에
한발 한발 아주 더디게
걸으면서 생각해 봅니다

발자국 뒤에 새겨지는 뒷모습만은
노을처럼 아름답기를 소망하면서
황혼 길을 천천히 걸어갑니다

꽃보다 곱다는 단풍처럼
해돋이 못지 않은 저녁 노을처럼
아름답게 아름답게
걸어가고 싶습니다

– 윤석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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