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살면서 / 김설하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지독한 사랑을 하고
한 번쯤 이별을 하고
한 번쯤은 죽음을 생각하고
그리고 한 번쯤은 그리움과 이별한다
감정이 증폭될 때마다 누르고 눌러
어찌할 줄 모르고 까매지는 눈망울
저물녘이면 가슴 밑까지 우울함이 메워
너른 세상 잠시 스치고 지나는
한줄기 바람이 차다
담담한 고요와 눈먼 물고기
젖은 날개 펴지 못하여 웅크리고 있을 물새
풀벌레 울다 지쳐 가랑대는 풀숲
하얀 꽃눈 바래가는 갈대의 흐느낌
세월은 좀먹고 햇볕이 창문을 두드린다
새벽 덜 깬 잠속에서 마신 커피가
그윽한 향기로 번져나도록
깍지 낀 손 한껏 올려 기지개를 켜며
목젖 보이게 긴 하품을 느리게 하고
여전히 안개가 산발한 강 쪽을 바라본다
누구나 살면서
아픔을 알고 성숙해지지만
누구나 살면서
이별보다 더 아픈 사랑을 알지 못한다
사랑이 가장 아픈 일임을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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