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부모로서 해줄 것은 단 세 가지였다
내가 부모로서 해줄 것은 단 세 가지였다
첫째는
내 아이가 자연의
대지를 딛고 동물들과 마음껏 뛰놀고
맘껏 잠자고 맘껏 해보며 그 속에서 고유한
자기 개성을 찾아갈 수
있도록 자유로운 공기 속에 놓아두는 일이다
둘째는
안 되는 건 안 된다를
새겨주는 일이다.
살생을 해서는 안 되고
약자를 괴롭혀서는 안 되고
물자를 낭비해서는 안 되고
거짓에 침묵동조해서는 안 된다.
안 되는 건 안 된다! 는
것을 뼛속 깊이 새겨주는 일이다.
셋째는
평생 가는 좋은 습관을 물려주는 일이다.
자기 앞가림은
자기 스스로 해나가는 습관과
채식 위주로 뭐든
잘 먹고 많이 걷는 몸생활과
늘 정돈된 몸가짐으로
예의를 지키는 습관과 아름다움을 가려보고
감동할 줄 아는 능력과
책을 읽고 일기를 쓰고 홀로 고요히 머무는 습관과
우애와 환대로
많이 웃는 습관을 물려주는 일이다.
그러니
내 아이를 위해서
내가 해야 할 유일한 것은 내가 먼저 잘 사는 것,
내 삶을 똑바로 사는 것이었다.
유일한 자신의 삶조차
자기답게 살아가지 못한 자가
미래에서 온 아이의
삶을 함부로 손대려 하는 건
결코 해서는 안 될 월권행위이기에
나는 아이에게
좋은 부모가 되고자 안달하기보다
먼저 한 사람의
좋은 벗이 되고 닮고 싶은 인생의 선배가 되고
행여 내가 후진 존재가
되지 않도록 아이에게 끊임없이 배워가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저 내 아이를
믿음의 침묵으로 지켜보면서
이 지구별 위를 잠시 동행하는 것이였다
-박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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