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것들은 언제나 신비롭다

낯선 것들은 언제나 신비롭다


[낯선 것들은 언제나 신비롭다]

눈 뜨고 마주하는 일상이
불현듯 낡은 계단처럼 삐걱거리고
서툰 피아노 소리처럼 박자가 맞지 않으면
낮은 언덕이라도 올라
거리를 두고 실눈으로 바라봐야겠다

초점을 맞추고 호흡을 가다듬어야 판단할 수 있는
미묘한 차이들을 들춰 보며
당당함이 자만이 되었는지
겸손함이 부굴함이 된 건 아닌지
무엇인가 너무 쉽게 포기하고 사는 건 아닌지
함몰되고 왜곡된 자신의 진실을 바로잡으려 한다

살아온 길을 돌아보는 건 누군가의 특권이 아니라
때때로 낯선 일상이 주는 깊은 사색일지니
어쩌면 나이가 든다는 것은
그 사색의 시간을 통해 알 수 없던 모순을 이해하며
납득할 수 없던 사실을 받아들이고
인정할 수 없던 진실을 수용하는 것이겠지

두렵고 가슴 뛰는 것들은
긴장 속에서 우리를 새롭게 하고
처음 겪는 시간과 사건들은
나른한 정신을 깨어나게 해
그리하여 낯선 것들은 언제나 신비롭다.

-정유찬 ‘낯선 것들은 언제나 신비롭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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