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오려 냅니다
문득문득 내 안에서 또 다른 내가
자꾸 거리적 거릴 때가 있습니다.
아니야, 이건 아니야, 라고 아무리
내가 타일러도 또 다른 나는 막무가내입니다.
어느 날, 나는 오려내기를 합니다.
나에게서 나를 오려냅니다.
욕망의 후렴 같은, 푸념 같은
덜그럭거리고, 투덜대는 나를 오려냅니다.
언제 쌓였는지도 모르는 먼지처럼
소리 없이 씌워진 몇 줄의 죄와
아, 너무 아파 발음조차 할 수 없는
아픔의 나까지
삐뚤삐뚤 오려내더라도
오려 낸 나는 아름답습니다.
내 안이 거덜 나더라도
오려 낸 나는 행복합니다.
당신의 삶 속에서도
또 다른 당신을 ‘오려내기’하지
않으실래요?
가끔, 삶이 힘들 때… 당신 안을
들여다보세요.
그리고 또 다른 막무가내 당신을
오려내 보시길
거덜 난 당신의 삶이 얼마나 가볍고
얼마나 아름다워지는지
그윽히 느껴 보는 아름다운
아침 되시길 소망합니다.
– 박선희, ‘아름다운 편지’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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